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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지난 약 반 년에 걸쳐 공유오피스 프랜차이즈 중 하나에서 일했습니다하나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공유오피스에 있다길래 눈을 가늘게 뜨고 거기 괜찮은 건지 의심했습니다. 제게 공유오피스는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여느 정보기술업계와 비교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돈을 얼마나 많이 먹는데 규모가 큰 업무공간을 임차하지도 못하고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다니 애초에 비즈니스를 시작할 돈은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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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속도가 형편없습니다. 이전과 달리 개발 인프라 대부분이 클라우드에 있습니다. 형상관리시스템부터 시작해서 모든 커뮤니케이션 도구, 문서관리도구 등등을 사용하려면 네트워크를 타야 합니다. 대강 공간을 둘러보고 다른 입주사들의 이름을 검색해봐도 상당수가 정보기술에 근간을 둔 곳들입니다. 이런 회사들을 입주시켜놓고도 네트워크 속도는 어처구니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인터넷 상 위치로부터 파일을 받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는데 이전에 어느 회사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형편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고작 이 정도 환경으로 정보기술회사를 받으려고 했다면 임차비용을 반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일반 사무실에 비해 이 사무공간 임차료는 더 비쌉니다. 완전관리되는 사무실임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 하지만 그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

보안수준이 형편없습니다. 층 별 출입구에 키카드로 열리는 문이 있지만 모든 입주사 공용이어서 업무공간에 인가 받지 않은 사람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 가느라 환기 때문에 문을 열어둔 입주사 옆을 지나갈 때마다 그 안에 켜져있는 모니터에 눈길이 갔습니다. 또 각 입주사 별 업무공간에 대한 유일한 물리적 보안은 패스코드를 사용하는 유리문이 전부인데 제가 본 입주사 두 곳이 같은 번호를 연속으로 네 번 눌러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운영 스탭들이 마스터 코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누를 때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 별로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알게 되었습니다.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번호로 모든 업무공간 문이 열릴 것 같습니다. 이 잠금장치를 높은 보안수준으로 광고하는 공유오피스 웹사이트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또 업무공간 안쪽에는 카메라가 없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개별 업무공간 안에서 보안사고가 일어나면 수습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입주사가 공간을 시끄럽게 사용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공용 공간에 나와 끝없이 떠들거나 거기 앉아 뭘 먹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심지어 회의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앞에서 환기 문제로 중앙에 위치한 사무공간들은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항상 공용공간을 시끄럽게 사용하는 입주사 직원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공용공간을 지나 화장실 가는 길에 복도를 살펴보면 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던 사무실들이 하나같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 시끄러운 입주사가 이런 상황을 인식할 것 같지 않습니다. 또 이를 막을 방법도 없고요. 그냥 그 입주사가 떠들기 시작하면 다들 조용히 문을 닫을 뿐입니다. 하지만 얇은 유리문 한 장으로 그 소음이 별로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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