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퀘스트 스텝이 끝나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까요?

자동퀘스트 스텝이 끝나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까요?

자동퀘스트를 설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퀘스트는 여러 스텝으로 구성되는데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번 스텝을 제시하고 플레이어가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하면 퀘스트가이드에 표시된 이번 스텝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이번 스텝의 목표를 달성하면 퀘스트가이드는 다음 스텝으로 업데이트 되는데 이 상태로 플레이어의 다음 터치를 대기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수행할 때 각 스텝의 목표를 확인하고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해 그 스텝에 해당하는 동작만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겁니다. 매번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해야 하니 불편하다, 보상만 터치해서 먹으면 안되나,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초반에 두 시간 이상에 걸쳐 모든 퀘스트를 연속해서 자동으로 수행하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느냐 등등의 질문을 들었습니다.

게임디자이너로써 이 질문들에 답하려고 시도하기에 앞서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플레이어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약간은 철학적인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바일 환경에서 전통적인 MMO 게임처럼 보이는 매니지먼트 장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중화 5천년 역사에 빛나는 자동퀘스트라는 장치를 받아들였고 이는 이제 이 장르 모바일 게임에서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특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편 궁극적으로는 매니지먼트 장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표면 상 MMORPG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상 플레이어들이 이 장르에 기대하는 플레이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르를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들은 과거에 PC에서 같은 장르 게임을 플레이해 왔고 모바일은 그 경험의 연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대놓고 말하면 자동퀘스트가 당연한 시대이지만 퀘스트를 수행하는 주체는 여전히 플레이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누군가 이야기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사례는 출시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신규 플레이어들이 초반 퀘스트를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이 퀘스트 전체를 생략하고 이 퀘스트들을 완료한 상태로 시작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플레이어의 개입 없이 초반 퀘스트를 완전 자동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아직 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례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자. 자동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아직 본론을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자동퀘스트 스텝이 끝날 때 다음으로 넘어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동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제목의 질문에 답하자면 ‘그렇다’입니다.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는 항상 ‘터치하면 거기 적힌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동작하기 때문에 이번 스텝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만약 넘어가지 않고 있다면 이미 완료된 스텝 목표를 표시하고 있을 텐데 그 상태의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할 때 무슨 동작을 해야 할 지 모호합니다.

리니지W의 자동퀘스트 동작을 살펴보면 스텝 목표를 달성할 때 퀘스트가이드가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동작은 항상 일정하지만 이전 스텝 목표가 전투였는지, 전투가 아니었는지에 따라 플레이어의 동작이 달라집니다. 이전 스텝 목표가 전투였다면 스텝 목표를 달성하고서도 자동전투 상태를 유지합니다. 가만히 놔두면 죽을 때까지 자동전투를 계속할 겁니다. 이전 스텝 목표가 전투가 아니었다면 플레이어캐릭터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채로 플레이어의 조작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전투 스텝과 비전투 스텝을 퀘스트 관점에서 구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투 스텝을 자동수행하는 방식이 다른 원인에 의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비전투 스텝은 주로 목표까지 이동하거나 특정 NPC와 대화하거나 대상과 인터랙션 하는 것들인데 이들은 퀘스트 시스템에 의해 자동 수행됩니다. 이 때는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 주변에 금색 테두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전투 스텝은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할 때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 주변에 푸른색 테두리가 생깁니다. 동시에 오른쪽 아래 전투 인터페이스의 자동전투 버튼에도 똑같은 푸른 테두리가 생기는데 이는 이번 스텝은 퀘스트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전투 시스템에 의해 제어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상태를 멈추려면 전투 인터페이스의 자동전투 취소 버튼을 터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테두리가 금색으로 표시되는 비전투 스텝은 스텝 목표를 달성하면 그 상태로 대기하지만 테두리가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전투 스텝은 시작되는 순간 자동전투가 켜지기 때문에 퀘스트 인터페이스를 통해 끌 수 없고 플레이어캐릭터가 가만히 서서 대기하는 대신 자동전투를 계속하는 상태가 됩니다.

자. 그러면 이렇게 만든 이유가 중요한데요, 비전투 스텝은 일반적으로 안전지역에서 수행합니다. NPC, 인터랙션할 오브젝트, 이동을 마칠 목표는 어지간하면 몬스터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는 지역 바깥에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요. 그래서 스텝 목표를 달성한 다음 대기해도 상관없습니다. 반면 전투 스텝은 말 그대로 전투 구역에서 스텝 목표가 끝납니다.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선공 몬스터들로부터 공격 받게 됩니다. 몬스터들이 강하다면 원하지 않게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 스텝은 자동전투 기능을 활용하고 스텝 목표를 달성해도 자동전투를 멈추지 않습니다. 다른 접근으로는 플레이어캐릭터에 반격 기능을 넣기도 하는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