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 버튼의 위치

인터랙션 버튼의 위치

직업 상 작은 특징이 가지는 의미에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합니다.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원칙에 따라 게임의 구성요소를 설계합니다. 기획서 마감 시한에 쫓겨 별 생각 없이 나열한 인터페이스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금까지 플레이 하며 쌓인 경험이 자신도 모르게 녹아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생각을 할 시간조차 부족한 일정이라면 비슷한 장르 다른 게임을 대놓고 참고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핵심 시스템이 별 차이가 없고 똑같은 인터페이스는 일단 개발한 다음에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만드는 사람들도 별 의미 없이 설계한 요소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인터랙션 버튼의 위치 차이가 그런 사례인데요, 저는 이 버튼의 위치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말로 그럴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을 하다가 리니지W를 시작하니 여러 차이를 느끼게 됐는데 그 중 하나는 인터랙션 버튼의 위치입니다. 리니지는 마을 안에서는 어차피 공격 행동을 할 수 없으니 오른쪽 전투 조작계를 마을 내비게이션 조작계로 바꿔버립니다. 그렇잖아도 마을의 주요 기능을 표시할 인터페이스를 배치할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좋은 생각입니다. 다만 이 결정을 통해 마을 안에서는 공격 행동을 통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의사소통 방법이 훨씬 제한적이던 시대에는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마을 안에서의 공격행동도 의사소통의 일부였는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는 적은 것 같습니다.

마을 밖에서는 오른쪽 전투 조작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마을 밖에서 퀘스트를 플레이하다 보면 대상과 인터랙션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대상에 다가가 버튼을 터치한 다음 정해진 시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데요, 인터랙션은 화면 중앙의 대상을 직접 터치해도 되고 전투 조작계에서 평타 버튼 오른쪽에 나타난 인터랙션 버튼을 사용해도 됩니다. 폰으로 플레이 할 때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화면 중앙에 쉽게 닿기 때문에 대상을 직접 터치할 수 있지만 화면이 커지면 이 조작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평타 버튼 옆에 인터랙션 버튼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디아블로와 비교해서 이 평타 버튼의 위치는 한번 짚고 넘어갈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아블로에서는 평타 버튼이 전투 조작계 왼편에 나타납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길게 뻗어야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 위치는 직관적입니다. 새로운 버튼이 나타났음을 쉽게 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보물상자에 가까이 다가가면 상자를 여는 버튼이 전투 조작계 왼편에 나타나고 엄지손가락을 뻗어 터치하면 됩니다. 눈에 잘 띄고 또 조작하기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뻗는 그 근처에는 궁스킬 버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 그 위치에 나타난 버튼을 터치하다가 궁스킬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리니지에서는 인터랙션 버튼이 전투 조작계에서 평타 버튼의 오른편에 나타납니다. 이 위치는 폰을 손에 쥐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입니다. 또 조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폰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면 그냥 엄지를 뻗는 편이 나을 겁니다. 반면 이 자리에 나타난 버튼은 여간해서 다른 버튼과 헛갈릴 수가 없습니다. 이 버튼을 터치하려면 완전히 의도한 상태로 자작해야 합니다. 넓디 넓은 평타 버튼을 피해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힘을 줘 한껏 짧게 굽힌 다음에 터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수로 다른 버튼을 터치해 중요한 시간이나 자원을 날릴 일이 적습니다. 편하지만 어느 정도 실수를 용납할 것인가, 불편하지만 실수를 줄일 것인가 사이에서 인터랙션 버튼의 위치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