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관공서에 시범 설치중인 기계라는 글을 봤습니다. 서로 대화를 할 때 각자가 한 말을 상대에게 자막으로 표시해 주는 도구라고 합니다. 이제 사람이 하는 말을 글자로 상당히 잘 옮겨 주는 시대이기 때문에 서로 청력에만 의존해서 대화하기보다는 각자의 말을 문자로 바꾸고 이 중 주요 단어를 강조하면 여러 상황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청각을 사용하지 않는 분들의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이 기능이 원활하게 동작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도 생각합니다.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 거의 모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각자의 모국어에 아주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고 서로가 하는 말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또 실제로도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각자의 말은 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엉망입니다.

우리는 종종 짧은 문장에서조차 주술호응을 맞추지 못하거나 한 번 시작한 말이 원래 주제로 끝나지 않고 문장 중간에 언급된 단어에 의해 말이 아예 다른 주제로 바뀌어 처음에 말을 시작한 주제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한 문장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비웃곤 합니다. 문장은 쓴 다음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은 뇌에 떠오른 순간 실시간으로 입을 통해 나가기 때문에 문장에서는 어렵지 않던 주술호응이나 말을 온전한 문장으로 마무리하거나 말을 시작한 주제로 끝 맺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들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말을 잘 할만큼 충분한 단기 기억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시작한 다음 말을 이어 가면서 처음에 한 말을 쉽게 잊어버리고 자신이 방금 한 말에 이어서 다음 말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짧은 범위만 들어서는 제대로 말하는 것 같지만 전체 문장을 맞춰 보면 문장이 맞지 않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내는 방법은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해서 들어 보는 것입니다. 일에 충분히 익숙해지기 이전 시대에는 서로 빠르게 이야기하는 회의 진행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회의를 따라가며 내용을 문서로 정리 하는데 요령이 필요했는데 이 요령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령을 익히기 전에는 부득이하게 회의를 녹음해 이를 다시 들으며 재구성했는데 녹음을 들어 보니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문장을 온전하게 끝 맺지 않았습니다. 주술호응을 맞추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문장은 그 중간에 나타난 단어로 쉽게 이어져 엉뚱한 결론과 표현에 도달했고 듣는 사람들은 문장을 시작할 때 제기한 문제를 쉽게 잊어버리고 엉뚱한 결론에 이어 발언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를 인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전까지는 똑같이 말했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엉망으로 말하므로 내가 엉망으로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새는 회의를 녹음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굳이 회의를 복기 하지 않아도 내용을 따라갈 수 있고 회의 주제에 연관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이전보다 쉽게 분리해 필요한 정보만 처리해 느긋하게 대응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얼마나 똑바로 말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기회를 잃게 됐습니다. 지금 제가 똑바로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또 자신도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비해 몇 가지 상황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습니다. 제 뇌는 긴 문장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멍청합니다. 때문에 짧게 말해야 합니다. 말하기 전에 말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일상 대화가 아닌 이상 즉흥적으로 말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키워드라도 준비해 두면 말하며 표시해 문장을 이상하게 끝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대로 미리 준비하지 않은 비유를 하지 않습니다. 제가 드는 비유는 무조건 이 상황을 설명하기에 부적합합니다.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맥락과 배경 지식이 모두 다릅니다. 모두에게 통할만한 적절한 비유는 없습니다. 이런 비유는 오히려 모두에게 새롭게 이해해야만 하는 문제를 던져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장을 끝까지 발음합니다. 주술호응이 틀리는 원인 중 하나는 문장을 끝까지 발음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문장을 끝까지 발음하는 대신 볼륨을 줄여 뭉개곤 합니다. 말을 빨리 하려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았는데 끝을 뭉갤 뿐 아니라 바로 이어 다음 말을 시작해 말을 더 엉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말을 끝까지 발음하고 온전한 문장으로 끝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내 말을 자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주제이기는 하지만 누군가 부당하게 내 말을 잘랐다면 그 사람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온전한 발언 기회를 다시 얻어야 합니다.

자.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제가 과연 제대로 말하고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계속해서 이를 인식하고 개선해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