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게임의 법률 및 플랫폼 정책에 따른 설계 과제

한번은 ‘NFT화된 인게임 자원과 법률 준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때 블록체인에 연동된 토큰을 사용하지 않고 서비스하는 가칭 노 토큰 모델을 설명하는 트윗을 보고 여기서 설명한 모델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멀티 유틸리티 토큰 모델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블록체인에 연동된 토큰을 도입하지 않고 그저 인게임 상의 뭔가를 NFT 모양으로 만드는 기능만 제공한다면 이는 국내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모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첫 P2E 게임 소송 기각됐다. 게임위 손 들어준 법원’ 기사를 살펴보면 그것이 인게임 화폐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에 연동된 토큰이든 단순히 인게임 상의 뭔가를 NFT 모양으로만드는 기능을 통한 토큰이든 관계 없이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면 이를 경품으로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게임의 형태, 경제를 지탱하는데 사용하는 기술에 관계 없이 근본적으로 약관 상 게임으로부터 얻은 뭔가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정의하면 안됩니다.

크립토 게임은 종종 둘 이상의 블록체인에 의존합니다. 하나는 핵심 화폐를 지탱하는 블록체인, 다른 하나는 주요 인게임 상태를 기록하는 블록체인입니다. 이들을 구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블록체인의 응답 속도와 가스비에 있습니다. 가령 여러 크립토 게임의 핵심 화폐를 지탱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높은 보안과 다양한 활용성을 보여주지만 응답 속도가 느리고 가스비가 높아 잦은 인게임 상태 변화를 기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냥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데도 가스비를 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반면 몇몇 블록체인은 보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낮은 가스비와 더 빠른 속도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들 중 일부는 블록체인이 어떤 인프라 위에서 동작하는지 의심스럽긴 합니다. PoW 방식으로 동작하는 소규모 블록체인이 속도도 빠르고 가스비도 낮다면 한 블록에 더 많은 거래가 포함되는 등의 튜닝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음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이들을 지탱하는 분산된 인프라 역시 그리 크지 않아 보안이 취약함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빠르고 싸기 때문에 인게임 상태를 게임 밖에 기록하면서도 게임 플레이에 별 영향을 주고 싶지 않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이전에는 화폐를 지탱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의존했기 때문에 법률을 위반했다고 쉽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더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한편 유틸리티 체인에 인게임 상태를 기록하고 이 기록을 사용자의 지갑에 토큰 모양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 역시 넓은 의미에서 인게임 구성요소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해석될 수 있어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외부화된 인게임 구성요소의 판매가 용이하지 않도록 게임을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가령 플레이어의 강함을 유틸리티 체인에 기록한다고 해 봅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은 플레이어의 강함으로 플레이어 자체와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강함을 연결할 플레이어를 확인하기 위해 로그인에 사용한 특정 지갑에 NFT 모양으로 강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강함은 인게임 상에서 플레이어에 연결되어야만 의미 있게 동작합니다. 인게임 상의 플레이어는 오직 인게임 데이터로써 거래 가능하지 않으며 게임 외부에 NFT 모양으로 기록된 강함과 합쳐질 때만 동작한다고 하면 의도적으로 게임 외부의 NFT가 게임 없이는 가치를 가지지 않는 모양으로 설계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 강함에 대한 데이터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면 이번 판례에 따라 법률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립토 게임은 이런 국가 별 법률 준수 문제 외에도 게임 플랫폼 별 정책을 따라야 합니다. 가령 스팀은 크립토 게임을 등록할 수 없습니다. 종종 크립토 게임이 블록체인 관련 기능을 제거한 버전을 스팀을 통해 출시하기도 합니다. 게임이 이런 상태에서도 제대로 동작하도록 설계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핵심 메타게임을 제거한 채로 출시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입니다. 성장구간을 거친 플레이어가 결국 PvP를 통해 게임을 계속하도록 설계한 게임이 있을 때 이 게임에서 PvP를 빼고 서비스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 게임이 의도에 맞게 동작하지 않을 겁니다.

반면 에픽스토어는 크립토 게임을 막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크립토 게임이 블록체인 없이 생성된 인게임 자산을 인정하고 이를 다른 플랫폼에 런칭한 같은 게임의 다른 버전을 통해 블록체인에 등록할 수 있게 한다면 블록체인 없이 생성된 인게임 자산이 블록체인 상의 자산으로 바뀌는 과정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의 인정이 필요할 겁니다. 또한 두 가지 버전이 서로 연동되어 동작하는 상황을 규제당국이나 게임 플랫폼에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크립토 게임의 토큰화된 자산은 지금으로써는 그 형태나 기반 기술과 관계 없이 약관 상 소유권이 어디에 귀속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크립토 게임이 성립할 수 없게 합니다. 사실상 규제의 변화 없이는 출시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한편 플랫폼 별 정책에 따른 버전 구분은 실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양쪽 버전 모두를 온전하게 동작하도록 설계하기 대단히 어렵고 여러 버전이 서로 연동되어 동작하는 상황이 플랫폼으로부터 지적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각 플랫폼의 정책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유효하게 동작하는 게임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