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리체의 소환수는 자동퀘스트로 처치할 수 없나요?

왜 자리체의 소환수는 자동퀘스트로 처치할 수 없나요?

이전에 모바일 게임의 퀘스트와 자동퀘스트를 만들다 보니 이런 동작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에 다룬 왜 자동퀘스트로 회복의 신녀에게 이동 할 수 없나요?에서는 월드에 같은 대상이 여럿 있을 때 자동이동을 지원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대상 중에서 가장 가까운 대상을 선택해 이동할 수는 있지만 게임의 진행 수준이나 현재 상황에 따라 항상 이 대상에게 이동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어 잘 동작하도록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또 왜 퍼시스턴트 던전 안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 없나요?에서는 심리스 게임에서 목적지가 퍼시스턴트 월드로부터 분리되어 있어 목적지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없었습니다. 이 역시 존 방식 게임 기준으로는 걸어서 자동이동 하는 중간에 포탈을 경유하는 동작이 자연스러워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심리스 방식으로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리니지2M에서 가이드퀘스트로 마검 자리체의 소환수를 처치하는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지역 이벤트는 왜 있나요?에서 이야기한 지역 이벤트입니다. 낮은 난이도로 필드에서 자동사냥을 돌리는 플레이어들이 한 장소에 모일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한 장소에 모인 캐릭터들은 서로를 보고 내가 외롭게 혼자서 자동사냥을 돌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 아주 적은 기여만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기분도 좋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지역 퀘스트와 달리 리니지2M의 자리체 이벤트는 비슷한 메커닉이지만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필드는 일단 스토리를 클리어 하고 나면 현상금 사냥을 할 때 외에는 올 일이 별로 없습니다. 반면 리니지의 필드는 일상적인 안전한 레벨업을 위해 상시 필드에서 자동사냥을 돌려야 하므로 필드에 머무를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디아블로에서는 지역 이벤트가 일어났다고 해서 가보면 항상 싱싱한 몬스터를 만날 수 있는 반면 리니지에서는 내 몫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자리체가 나타난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퀘스트가이드를 터치했지만 자동진행 되지 않았습니다. 이 퀘스트는 자동으로 진행할 수 없으니 퀘스트 창을 확인해 달라고 합니다. 아마도 제가 퀘스트가이드라고 부르는 인터페이스를 퀘스트 창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퀘스트 창을 확인해 봐도 별 도움은 안 됐습니다. 결국 저는 직접 붉은 빛기둥 가까이에 다가가 자동전투를 켜고 주변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습니다. 자리체의 소환수를 처치하는 퀘스트를 자동으로 진행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월드에 상시 스폰 되어 있음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심리스 월드 어딘가에 상시 이들이 스폰 되어 있다면 자동으로 이동을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리니지2M은 한 변이 10킬로미터인 심리스 월드이므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10킬로미터 안에는 있을 테고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이동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리체와 그 소환수들은 월드에 상시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에는 자동이동을 시도하려고 해도 월드에 아예 없을 수 있는데 이 때 동작이 모호합니다. 또 멀리 떨어진 자리체에게 걸어서 이동하려고 시도했지만 걸어가는 도중 스폰이 끝날 때 동작도 모호합니다.

물론 이런 동작을 그리 어렵지 않게 정의할 수는 있습니다. 대상이 월드에 없을 때는 자리체가 월드에 없으니 지금은 이동할 수 없다고 말하거나 걸어가는 도중 대상이 사라졌다면 일단 목표지점까지 이동한 다음 아무 것도 안 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니지2M 자동퀘스트의 여러 제약들로 미루어 이런 어떻게 보면 성가신 고민거리들을 쿨하게 넘긴 것 같습니다. 마치 쿨한 길찾기 궤적에서 이야기했던 기능의 유무에 따라 게임의 출시 시점을 별로 앞당길 수 없는 기능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 가이드퀘스트가 자동진행 되지 않는다는데 불만을 가졌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